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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아기랑 가볼만한 카페 정원산책

by saveurself 2023. 6. 13.

얼마 전 가족여행으로 무주 오페라키즈 펜션을 다녀왔다. 나름대로 첫 장거리 여행이라 많은 기대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박 삼일 내내 비가 오는 바람에 아기들과 함께 숙소에만 짱 박혀 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비가 잠깐 잦아든 틈을 타 외출을 계획한 우리는 인근 카페를 열심히 뒤졌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무주창고라는 카페였는데 들어가는 입구를 못 찾아서 20분 헤매고 막상 들어가니 주차할 곳이 없으니 대로변에 주차하고 100미터 넘는 거리를 걸어오란다. 비까지 오고 아기도 있으니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깟 커피가 뭐라고, 그냥 숙소로 돌아 갈 것인가? 그럴 리가. 꼼짝없이 숙소에 갇혀 여행의 즐거움은 고사하고 육아에 지친 우리는 그깟 커피가 애타게 그리웠다. 그리하여 애초에 멀어서 포기했던 무주카페, 정원산책으로 향했다. 

일방통행인지 양방통행인지, 도무지 어디로 빠져야 하는지 알 수 없어 GG칠 수밖에 없던 미로같은 그 길

 

정원산책은 이름에 걸맞게 수려한 정원이 손님을 맞이하는 카페다. 다른 후기를 보고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정원 가득 핀 5월의 개화는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계절마다 다르겠지만 그중에 5월, 6월에 가장 많은 꽃이 핀다고 한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계 탄 기분. 이미 지나간 줄 알았던 봄의 아름다운 진면목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정원산책 가는길

도시에 살다 보니 이런 시골길이 익숙하지 않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오르며 여기가 맞나? 몇 번을 확인하고, 웅웅 엔진 RPM 올라가는 소리를 들으며 맞은편에서 다른 차가 오면 어쩌지 마음 졸이게 될 것이라는 조언을 미리 들었다면 좀 나았을까 싶다. 하지만 돌아갈 순 없다. 커피가 우리를 부른다. 그래도 길을 따라 제법 예쁜 전원주택을 만나기도 하고, 사과나무가 이렇게 키가 작구나 하며 농장을 구경하다 길가에 핀 들꽃을 지나고 나면 어느새 도착해 있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그 넓은 주차장이 꽉 찰 만큼 인기 많은 카페

정원산책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노란 소파 자리는 다른 고객들도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착석은 삼가주시라 안내하고 있다. 덕분에 인증샷, 인생샷은 마음껏 찍을 수 있었다. 아쉬울 것 없는 게 이 자리뿐만 아니라 전경이 보이는 쪽 벽면은 통창으로 되어있어 어느 자리에 앉아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실내에 자리가 없다면 야외와 온실에도 테이블이 있어서 자리를 찾으면서도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곳의 커피 메뉴도 다양하고 맛도 상당하며 가격도 특별하다. 아메리카노가 6000원이라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달까. 하지만 이게 어디 커피값이겠는가, 어디 가서 돈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은 정원이기에 스스럼없이 아메리카노 4잔을 시켰다.

 

커피야 취향이겠지만, 무주천마를 함유한 곡물 가루로 만든 달달하고 고소한 크림이 올라간 곡물산책라테는 당충전에 안성맞춤이라 달달한 커피를 원한다면 추천한다. 수제과일청도 인기가 많아서 만들기 무섭게 서빙되길래 맛이 궁금했다만 먹어보진 못했다. 다음에 맛볼 기회가 있길 바라본다.

 

봄/여름/가을/겨울

봄, 여름은 아마도 이곳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는 계절일 것이다.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겠지만 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고와 시간 그리고 고민을 거쳤을까.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고 키가 다른 꽃들이 잘 보일 수 있게 설계하고 뿌리가 섞이고 구근이 썩지 않게 심고 파내고 일구는 일은 어지간한 부지런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들꽃 정원을 가꾸는 안홍선 님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누군가는 왜 그런 고생을 사서하냐겠지만 꽃을 피우며 아름다움을 일구어 내는 일, 그마저도 내가 아니라 해와 땅이 하는 일이라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일, 그것이 행복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원산책도 사장님 내외가 정년을 마치고 직접 일군 정원이라고 하던데 혹시 뵙게 된다면 존경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 이렇게 눈호강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드시더라도 오래오래 정원 가꾸어 주시길 부탁드려요.

 

가을이 오면 서서히 꽃은 지고 초록을 잃은 풀들은 겨울을 준비하러 씨앗으로 뿌리로 땅속으로 돌아갈 테지. 아쉬울 것은 없다. 무주 하면 스키장 아니던가! 겨울에는 새하얀 설원이 펼쳐진 전경이 얼마나 황홀할지 기대가 된다. 무주 어딜 가나 눈밭일지언정 커피 마시러는 정원산책 꼭 방문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정원산책엔 따뜻한 온실도 있으니까!

 

2023.05.31 - [분류 전체보기] - 아기랑 가기좋은 펜션 무주 오페라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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